점성술, 운세사주 기다림 없이 빠르게 상담받기! >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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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세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는가? 벌떡 일어나 아름다운 자태로 미온수를 한 잔 마시는가? 혹은 시계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 용수철처럼 침대에서 튕겨져 나와 욕실로 직행하는가? 그런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내게 있었다면 아마 나는 지금과 전혀 다른, 아주 윤택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분명히. 그렇지만 내게도 남부럽지않게 아주 균일한 모닝 루틴이 하나 있다. 익숙하게 머리맡을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집어들고 어플을 켠다. 그 이름, 포스텔러. 하얀 네모 안 수정구슬처럼 까만 동그라미, 그 안에 운세 박힌 영롱한 별 하나. 젊고 순박한 시인은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를 생각했지만 나는 그 별 하나에 내 하루를 건다. 모태 신앙으로 태어나 하나님의 종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세월도 삼십 년이 넘었지만, 동시에 내 태몽이 삼신할매에게 받은 금부처라는 걸 놓고 보면 어쨌거나 인생 전부가 무한하고 영엄한 영적 세계와 함께해왔다는 게 납득이 간다. 하물며 매일 아침, 고작 어플에 내 24시간을 맡긴다는 게 그리 놀랄일도 아니라는 것이다.​2. 사실 이 습관을 갖게 운세 된 건 몇 달 되지도 않았다. 어느날 그저 내 만세력이 궁금해서 깔았던 어플(사주에 흥미가 과도하게 많다. 첫 문단에서 서술했다시피 영적인 것에 미쳐있는 사람이니 양해 바란다)이 이렇게 내 하루를 좌지우지 하게 될 줄, 그땐 미처 몰랐다. 그 요망한 어플은 매일 출석체크를 할 때마다 오늘의 운세를 알려주는데 사실 출석체크를 하기 전부터, 어플을 켜자마자 나오는 내 일주 동물인 원숭이 캐릭터의 표정만 봐도 대충 눈치를 챌 수 있다. 이를테면 어제는 한껏 거만한 얼굴로 운세 다리를 꼬고 어깨도 으스대던 놈이 오늘은 무릎을 꿇고 얼마 있지도 않은 머리털을 쥐어 뜯고 있다면 예상이 가지 않는가. 그런 날은, 그러니까 오늘같은 날은 '웬만하면 외출을 삼가세요'라든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말을 삼가는 것이 좋겠어요'라든가 하는 얄미운 소리까지 얹어지며 속을 두 배로 긁는다. ​3. 가장 큰 문제는 이게 얼추 잘 맞아 떨어지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어플에서 가장 좋은 운세를 받았던 날, 회의 시간마다 식은 땀을 흘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던 나의 기획안이 운세 박수를 받으며 무사 통과하게 되면서 나는 거의 맹신의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분명 처음엔 그저 심심풀이 땅콩 정도였다. 우연히 점심을 얻어먹게 된 날 운수가 좋으면 ‘덕분에’, 생각지 못한 지출로 몸도 주머니도 급격히 공허해진 날에 운수가 나쁘면 ‘때문에’ 정도로 가벼웠던 오늘의 운세가 이제 주인장 자리를 차지해 버린지 오래. 아침에 본 운세가 60점 대의 최악이면 출근이 무섭고, 90점 대가 넘으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이 단계가 점점 극에 달하자 나는 가끔 운세 신의 영역을 넘나들었다. 출석체크로 쫌쫌따리 모았던 캐쉬로 '내일의 운세'를 보는 것. 감히 허락되지 않을 수도 있는 어떤 하루를 미리 평가하는 행위는 짜릿하기도, 공포스럽기도 했다. 특히 '신의 하루'로 규정화 된 일요일에 그 짓거리를 유독 더 했다. 출근하기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반항이자 회피였다.​4. 다행인지 불행인지, 얼마 전부터 그 절대적인 줄만 알았던 내 손안의 작은 사주 선생님이 자꾸 틀리기 운세 시작했다. 입 조심을 하라던 날에 회의 때 던진 아이디어가 제대로 터졌고(positive), 하는 모든 일이 좋은 성과를 얻을 거라던 날에는 큰 실수로 하루종일 위축되어 있다가 퇴근하기도 했다. 최상의 컨디션이라는 코멘트가 적힌 날, 장염 이슈로 조퇴를 하고야 만다. 나는 지난 해 1월, 압구정 로데오 한복판에서 사주를 본 날을 상기해 본다. 삶과 죽음은 고를 수 없지만 인생의 수 많은 순간은 스스로 선택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그렇기에 사주는 정확한 정답을 내려 준다기 운세 보단 여러 좋고 나쁜 확률과 경우의 수를 제시해보는 정도라는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아침마다 오늘의 운세를 확인한다. 나는 운세를 너무 믿고 까불기도 했지만, 그 운세의 기세에 눌려 조심조심 안전히 하루를 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그 덕분에, 그 때문에 다행히 내일의 운세대로 살아볼 수도 있었을테지. 여전히 출근은 너무 끔찍하지만 이 역시도 나의 선택으로 결정된 나의 삶이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적고 나니, 내일 하루는 미세하게 더 괜찮을 것 같다. 운세 그렇게 점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