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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e Magazine] 모순 / 양귀자 / 도서출판 쓰다 / 소설추천 / 헤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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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ren 작성일 25-04-21 03:16 조회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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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다의시간책을읽다—​​​모순/ 소설책출판 양귀자/ 도서출판 쓰다​​​​​​​​회색 하늘은 무겁게 내려앉았고, 서서히 세상 전체를 결빙시키려고 작정한 듯 시시각각 수은주가 내려가던 삭막한 2월의 어느 날이었다. “너무 빠르게도, 너무 늦게도 내게 오지 마.내 마지막 모습이 흉하거든 네가 수정해줘.”| p281 ​​​​글을 쓰려고 생각하면 늘 이 책에 대해서 쓰고 싶다 생각했다. 막연히 생각만으로 가득 찼던 어느 1월에, 나는 기어코 오래도록 바라보았던 책을 꺼내들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곧 끝나리라 믿었던 겨울이 나는 여전히 너의 곁에 머무르마 말을 하듯, 오늘은 하늘에서 쏟아지던 눈이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옆으로 바람에 실려 나부끼며 온 마을을 부유한다. ‘진진’에게 다가온 어느 서늘한 2월이 더없이 가까이 느껴졌다. ​​​​​​​​​안진진.참 ‘진’자를 두 개씩이나 넣어 이름 지어준, 그러나 ‘안’이라는 성이 붙으면서 운명적으로 평생 자신의 이름을 부정하면 살아가야 할 운명의 여자는,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학업에, 사랑에, 소설책출판 그도 아니면 돈을 버는 일에 온갖 열정을 불사를 각오가 넘쳐나야 할 이 젊은 날, 빈약하기 그지없는 스물다섯 인생에 더 이상 졸렬하게 회피하지 않겠다, 내 삶의 방향 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라 마음먹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에게는 ‘엄마와 이모’라는 아주 보기 좋은 운명의 케이스가 있었다. 한 날 한 시에 똑같은 얼굴을 한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자매는 또 한 날 한 시에 거짓말처럼 서로의 운명을 가르는 남자를 만나 결혼식을 올린다. 매사 철저하게 계획적이고 정해진 틀 안에서 승승장구하는 이모부와 결혼한 이모는 어떤 오류나 우연이 생길 틈도 없이 짜여진 인생 안에서 라일락의 꽃향기를 즐길 줄 알고, 실크 잠옷을 입고 잠들며 엄마보다 십 년은 젊어 보이는 외모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내의와 양말을 팔며 수년째 행방불명인 집 나간 남편을 대신해 진진과 진모 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워 소설책출판 온 엄마의 삶에는 꽃향기 대신 늘 녹진한 시장 바닥의 냄새가 어른거렸다. 똑같은 조건 속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 이토록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운명의 탓이라면, 무엇 하러 삶의 깊이 논하며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가. 진취적인 삶에 대한 호기심은 그렇게 관심 밖으로 밀려나버렸다. ​​​​​​​​​하지만 아무 호기심 없이 사는 삶에 대해서는 여전히 깊은 의문이 남겨져 있다. 부대끼는 일 없이 유순한 삶을 사는 이모는 그 평화로운 유리 벽 안에서 속 시끄러운 일상과 좌절을 갈망한다. 불행하더라도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갖지 못한 ‘불행’을 염원하며 더 없는 풍요 속에서 마음의 빈곤에 사로잡힌다. 진진 또한 속을 터놓는 편안한 남자를 곁에 두고도 제멋대로인 남자를 사랑해 버리고,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가득한 삶을, 불구덩이 앞에서 넘어지고 다치며 기어코 뛰어넘게 만드는 이 우이독경의 인간을 마주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 소설책출판 덕에 사람은 시련을 겪고 성장하며 삶의 ‘가능성’을 배워간다는 것을 깨닫는다. ​​“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 | p173​​​진진과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모의 딸 주리는 이런 면에서 진진과 대조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련이 결핍된 인간의 전형으로 부모님이 만들어준 삶의 틀 안에서 세상의 밝은 면만 보고 자란 주리에게는 진진의 삶이 터무니없어 보인다. 그건 옳지 못한 거야,라는 주리의 말은 그런 이야기는 자신이 배운 특별한 인생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자신만을 위해 특별하게 ’편집된‘ 교과서라는 생각을 애초에 할 수 없이 막혀버린 삶을 정직하게 살아내며,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 법만 배워온 주리는 막상 그 계단이 소설책출판 끊어지거나 어딘가는 막다른 곳에 도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꽃 한 번 사보지 못한 채 가난에 휘둘린 삶을 살더라도, 집 나간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도 진진은 끊임없이 ‘배울 것‘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 세상의 온갖 불행을 끌어안고도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어머니는 고통스럽다고 표현하면서도 늘 눈이 반짝이는 사람이었다. 벽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잠들어도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슬슬 힘을 내는’ 사람이었다. 삶을 시도하고 부딪히고 실험하며 결코 포기하지 않을 힘으로 중무장한 채, 또다시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불행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어머니,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강단은 진진이라는 인물로 인생의 모순 그 자체를 설명한다. ​​“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는 나한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어.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우리들 머릿속을 오고 가는 생각, 그것을 제외하고 나면 무엇으로 살았다는 증거를 삼을 수 있을까. 우리들 삶 속에 소설책출판 무엇이 들어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것이 아버지가 가르쳐준 중요한 진리였어. ” | p177​​여기서 한 번 더 아주 재미있게 뒤틀려버리는 인생의 선택을 논하자면, 진진은 ‘김장우’와 ‘나영규’라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데 이 둘은 마치 ‘아버지’와 ‘이모부’를 대변하는 것 같은 삶의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어머니와 이모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스물다섯에 삶의 깊이를 울부짖던 밤의 진진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토록 운명을 거스르는 인간이라니. 하지만 그의 선택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것이었기에 또다시 삶의 모순과도 맞닿아 있다. 저마다의 삶에 행복과 불행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어떤 종류’의 행복과 불행인지라고 말한다. 내 삶에도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불행이 자리 잡고 있듯, 늘 행복한 누군가의 삶에도 어느 부분은 불행이라는 것을 안다. ​“ 우리들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모순투성이였다. 이론상의 진실과 마음속 소설책출판 진실은 언제나 한 방향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은 무엇을 따라도 모순의 벽과 맞닥뜨려지는 인간의 삶에 관한 진술이었다. 세상의 일들이란 모순으로 짜여있으며 그 모순을 이해할 때 조금 더 삶의 본질 가까이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 | p306​모순으로 얽힌 이 삶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느릿느릿 답을 찾아가지만 이곳이 어디쯤인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편집된 교과서가 주는 교훈은 더 이상 바라지 않지만 누군가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나누는 지혜에는 늘 목이 마르다. 오늘의 나에게는 진진의 삶이, 미래의 언젠가는 이모의 삶이, 때로는 엄마의 삶이 시시각각 흘러가는 내 삶의 시계 위에 얹혀질 것이다. 누구의 삶도 정답이 아니듯 때마다 나를 위로할 서로 다른 모습의 모순들. 애써 지워내려 하지 않고, 어딘가 손보려고 하지 않고, 그 자체로 내 삶의 조각들이 되어갈 나의 모순을 헤아려본다. ​​​​​​​​“ 소설책출판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를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 | p296​이 책이 출시되었던 시점은 1998년 한참 IMF사태에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가게를 닫고 한 나라를 휘두르는 경제적 압박 속에 힘든 시기를 보내던 때였다. 그때 출시된 이 책에 대해 작가도, 출판사도 어떤 기대를 걸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의 모순 속으로 찾아들었다. 행복과 불행을 함께 겪으며 조용한 소설이 주는 위로 속으로 너도나도 걸어 들어 왔다. 그 이야기가 30년 가까이 지나도록 여전히 우리 곁에 굳건하게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또 다시 믿기지 않는 기적을 보는 듯 하다.​​​​​​​​#모순#양귀자#도서출판쓰다•@essay__h x @gowoo_co​​​팔로워 2,307명, 팔로잉 513명, 게시물 612개 - 이헤다 ㅣ헤다의시간 | 책을읽다(@essay__h)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 | @????????????????????__????????????????????,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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